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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가 리뷰는 도미니카의 명가 Arturo Fuente의 Hemingway Signature Natural입니다.


오랫만에 시가 관련 잡지를 보던 중 Tabacalera A. Fuente y Cia.,의 대표이자 다비도프와 함께 도미니카 시가의 견인차 역활을 하며 현재의 높은 도미니카 시가의 위상을 쌓아 올린 주역중에 한명이라고 할 수 있는 Carlos Fuente Sr.씨가 지난 8월 5일, 81살의 일기로 작고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시가의 리뷰에서 이름만 언급된 채로 정작 Arturo Fuente 브랜드 시가의 리뷰가 없었는데 작고 하신 Carlos Fuente Sr.씨를 추도하는 의미를 담아 첫번째 Arturo Fuente의 리뷰로 Hemingway Signature Natural을 초이스 해봤습니다.


Hemingway의 박스에 새겨진 Arturo Fuente의 로고


Arturo Fuente의 역사는 1887년 쿠바의 아바나에서 태어나 어린나이에 가족 친지들과 미국으로 이민을 해 플로리다에 정착한 Arturo Fuente씨로부터 시작합니다.


플로리다는 지리적으로 쿠바와 여타 카리브해에 위치한 나라들과 가깝기때문에 현재에도 그렇지만 20세기 초부터 많은 쿠바출신의 이민자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이루어 살고 있고 그 중에 많은 사람들이 쿠바에서부터 몸담았던 시가산업에 관한 지식을 살려 시가업계에 진출하곤 했는데 24살의 젊은 Arturo Fuente씨도 그 중에 한사람이었습니다.


1912년 24살의 젊은 나이로 미국시가산업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플로리다 탬파(Tampa)의 이보시티(Ybor City)로 진출해 시가공장을 연 Arturo Fuente씨는 쿠바에서 담배잎을 수입해서 미국국내에서 시가를 제조해 판매하는 전형적인 쿠바이민자들의 시가 제조 및 판매형태로 비지니스를 시작했으며 10년뒤인 1922년에는 종업원 500여명에 이르는 비교적 큰 시가제조회사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1924년 Arturo Fuente씨가 담배잎을 구매하기 위해 쿠바로 가 있던 사이 탬파의 이보시티에 위치한 그의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그의 시가공장은 전소되었고 곧이은 1929년의 전세계적인 대공황으로 인해 그는 큰 빚더미에 앉게 됩니다.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시가 비지니스를 포기할 수 없었던 Arturo Fuente씨는 1946년 다시금 그의 집의 창고에서 그의 와이프 그리고 둘째 아들인 Carlos Fuente Sr.씨와 몇명의 Torceor(시가 롤러)와 함께 시가제조를 재개하게 됩니다.


당시 Carlos Fuente Sr.씨는 12살로 아주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학업을 병행하며 집의 창고에서 아버지의 시가비지니스를 도왔고 학업을 마친 뒤에도 다른 일과 병행을 하며 계속해서 가업인 시가 비지니스를 도우게 됩니다.


이렇게 어렵게 다시 시작한 시가 비지니스였지만 처음부터 탄탄대로는 아니었으며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어 1950년대 후반까지 Arturo Fuente는 탬파의 이보시티에서 흔희 볼수 있는 소규모의 작은 로컬 시가제조사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 일례로 10대 후반의 나이에 Carlos Fuente Sr.씨와 결혼한 Anna Lopez부인은 Fuente집안 내에서 시가제조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충분한 노하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가를 제조하는 노하우와 돈을 벌어 가족을 도운다는 명목으로 당시 아직까지 큰 규모와 유명세로 시가를 제조하고 있던 Cuesta-Rey의 공장에서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금은 그 이후 Cuesta-Rey 브랜드는 J.C. Newman Cigar사에 매각되어 오늘날 Arturo Fuente사에서 위탁생산을 맡고 있으며 Cuesta-Rey 브랜드는 여전히 프리미엄 클래스의 시가이지만 브랜드의 위상을 생각해보면 Arturo Fuente의 그것과 역전이 되어버린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1958년 Arturo Fuente씨는 큰 아들은 제치고 10대 초반부터 가족의 시가 비지니스에 헌신해 온 둘째 아들 Carlos Fuente Sr.씨에게 회사를 양도 하기로 하고 그때까지 년간 겨우 수천 스틱의 시가의 생산력을 가지고 있던 Arturo Fuente사는 이때를 계기로 큰 부흥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Carlos Fuente Sr.씨는 먼저 탬파 이외의 플로리다 지역에도 판매망을 확보하고 좀 더 많은 기회와 큰 규모의 활로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의 경제의 중심인 뉴욕으로의 진출을 하는 한편 1924년 화재로 전소된 공장에 이어 30여년만에 Arturo Fuente의 공장을 탬파의 이보시티에 설립합니다.


하지만 1962년 쿠바혁명에 이은 쿠바 엠바고로 불리우는 경제 봉쇄명령으로 인해 쿠바산 담배잎의 수입이 불가능해 지자 Arturo Fuente사는 다시금 위기를 맞게 됩니다.


당분간은 대량으로 구매해 놓은 쿠바산 담배잎의 재고를 사용해 시가를 제조하기로 하고 그 동안 더 이상 미국으로 수입이 불가능한 쿠바산 담배잎이 아닌 담배잎을 사용해서 고품질의 시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 1966년에는 Flor de Orlando라는 Arturo Fuente사 최초의 쿠바산 담배잎을 쓰지 않는 시가를 발표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도 푸에트리코, 멕시코, 온두라스, 니카라과 등의 쿠바를 대신할 수 있는 담배 경작지와 제조지를 찾아 결국은 당시 쿠바에 이어 세계 시가 생산지의 넘버 2의 지위를 자랑하던 니카라과에 정착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니카라과에서는 또다른 시련이 Arturo Fuente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1972년 수도 마나과에 있었던 대지진과 1970년대 후반부터 산디니스타 민족 해방 전선을 중심으로 일어난 니카라과 혁명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겨우 궤도에 오른 니카라과 공장은 반미를 기치로 삼은 혁명 세력에 의해 불태워졌고 Carlos Fuente Sr.씨는 겨우 목숨만을 건진 채 니카라과를 뒤로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전에 Padron 4000 Natural의 리뷰에서 언급한 Padron사의 경우도 같은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파드론사의 경우는 니카라과에 남기로 결정을 한것과는 대조적으로 Carlos Fuente Sr.씨는 1980년 마지막으로 전재산을 모아 도미니카 공화국의 산티아고에 새롭게 공장을 설립하게 됩니다.


이렇게 Arturo Fuente사와 파드론사는 다른 행보를 보이지만 오늘날 결국 각각 도미니카와 니카라과를 대표하는 명가가 되었다는 점은 몹시 흥미로운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미니카로 거점을 옮겨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1983년 Carlos Fuente Sr.씨는 도미니카로의 성공적인 이전을 기념하여 특별한 시가의 출시를 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이번 리뷰에서 소개할 Hemingway시리즈입니다.


헤밍웨이 시리즈는 풋에서 헤드까지의 규격이 일정하지 않은 Figuardo규격 중에서도 Perfecto라는 특별한 모양을 하고 있는 규격을 채용하고 있는 시리즈로 Perfecto는 1920년대 가장 인기가 있었던 규격이지만 그 제조의 어려움으로 인해 많은 시가 제조사에서 생산중지를 하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실제로 시가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쿠바에서도 1996년 모든 비톨라가 Perfecto 규격을 채용하고 있는 Cuaba의 발매 전에는 대부분의 브랜드에서 1970년대 Perfecto 규격의 생산을 중지하였고 정규라인에서 그나마 남아 있던 폰세카의 Invictos와 로미오 이 훌리에타의 Celestiales Finos를 제외하면 Perfecto 규격은 시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였습니다.

(이 두가지 비톨라 또한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생산중지)


이렇게 야심차게 발표한 Hemingway시리즈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시가 애호가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그 이후로 Arturo Fuente사는 높은 제조능력과 훌륭한 퀄리티 컨트롤을 인정받아 Cuesta-Rey, Diamond Crown, Ashton 등 유수의 프리미엄 시가 브랜드의 위탁생산을 담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로는 비쿠바산 시가중에 너무나 유명한 OpusX를 발표하는 등 오늘날에는 다비도프와 함께 도미니카를 대표하는 시가 제조사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Arturo Fuente Hemingway Signature Natural


Arturo Fuente Hemingway Signature Natural


사이즈: 6 x 47

원산지: 도미니카

래퍼: 아프리칸 카메룬 


특별히 길었던 Arturo Fuente사의 역사에 대해서는 이만 마치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Arturo Fuente Hemingway Signature Natural의 리뷰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Hemingway시리즈는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좋아하는 시가 중에 하나로서 카메룬 래퍼를 쓴 시가중에서도 약간 스파이시하면서도 은은한 달콤함이 도는 카메룬 래퍼의 특징이 가장 잘 살아 있는 시가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퀄리티도 그렇지만 특히 풋의 모양이 자그맣게 모여져 있는 관계로 래퍼의 비중이 큰 Perfecto사이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착화 직후의 약간 스파이시하면서도 달콤한 카메룬래퍼의 풍미는 Hemingway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겉모습을 보면 잎맥이 조금 눈에 띄긴 하지만 잘 손질 된 섬세한 카메룬 래퍼가 아름답게 말려 있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으며 진한 초컬릿색의 래퍼는 적당히 기름기를 머금어 보기좋게 빛을 반사하는 모습을 볼수 있습니다.


래퍼에서는 잘 숙성된 진한 연초 냄새와 함께 우디한 풍미가 은은하게 풍깁니다.


헤밍웨이 시리즈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풋


싱글 몰트 아드벡(Ardbeg) 10년과 페어링


커팅을 하고 일단 콜드 드로우를 해보면 Arturo Fuente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흠잡을데 없이 훌륭한 드로우를 체험할 수 있으며 역시 숙성된 연초의 냄새를 진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럼 가볍게 풋에 불을 붙여 태워보기로 하겠습니다.



드로우는 역시나 Arturo Fuente의 시가답게 아주 훌륭하고 연무량은 적당한 편입니다.

첫 드로우는 은은한 연초향과 세더의 우디한 풍미 그리고 크리미 하면서도 고소한 견과류의 풍미와 더불어 카메룬래퍼 특유의 달콤한 풍미로 시작하며 블랙페퍼계의 스파이시함이 방금 언급한 우디, 견과류, 달콤함을 방해하지 않는 정도에서 연하게 혀끝에 남고 커피 아로마와 연한 시나몬의 힌트로 피니쉬를 합니다.


카메룬 래퍼 특유의 달콤함을 잘 살리면서도 컴플레스한 풍미로 복잡적이지만 아주 연하게 이어지는 마일드한 라이트 바디에서 미디엄바디 사이의 아주 훌륭한 스타트입니다.



재의 색은 너무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은 은회색이며 재의 밀도는 적당하게 느껴지지만 재의 구조는 꽤나 견실해서 길이 자체는 2인치 가까이 길게 유지되는 편입니다.


Burn 또한 아주 일정하며 기분좋게 타 들어갑니다.


Perfecto 규격의 특징상 풋부분의 면적이 좁기 때문에 이 좁은 면적에서 자연스럽게 전체로 불씨가 잘 퍼지게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런 이유로 Perfecto 규격의 시가는 다른 Shape의 시가에 비해 만들기가 번거롭고 숙련된 Torcedor(시가 롤러)가 필요해 지는데 그런 의미에서 헤밍웨이 시리즈의 균일한 Burn과 드로우는 Arturo Fuente사 특유의 훌륭한 퀄리티 컨트롤이 만들어 낸 하나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반으로 들어오면 초반에 느낄 수 있던 크리미하고 고소한 견과류의 풍미에서 크리미함이 서서히 페이드 아웃을 하며 전체적으로 점점 드라이 해지고 건조한 세더의 우디함과 고소한 견과류의 풍미가 주류가 됩니다.


이와 동시에 블랙페퍼계의 스파이시함과 커피 아로마가 서서히 강해지기 시작하며 카메룬 래퍼의 달콤함과 좋은 조화를 이룹니다.


중반이후의 드라이함이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초반의 부드러우며 크리미한 풍미가 상당히 마음에 들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너무 드라이해지는 듯한 느낌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아름다운 말림새



종반으로 들어와도 풍미의 프로필 자체는 중반이후로 큰 변화없이 지속 됩니다.


여전히 드라이한 세더의 우디한 풍미가 베이스로 지속되며 고소한 견과류의 풍미와 커피 아로마는 서서히 약해지지만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블랙페퍼의 스파이시함도 은은하게 혀끝에 남으며 새롭게 가죽의 풍미와 미약한 허브의 힌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연초감은 중반 이후로 서서히 강해져 종반부터는 미디엄바디 정도의 바디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총 흡연 시간은 70분으로 미디엄바디의 아주 훌륭한 시가입니다.


시중에 많은 카메룬 래퍼를 사용한 비 쿠바산 시가들이 출시 되고 있지만 Arturo Fuente의 헤밍웨이야 말로 카메룬 래퍼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린 시가라고 할 수 있으며 전체적인 풍미, 드로우, 만듬새 어느하나 빠질 것 없는 시가로서 1983년의 데뷔이후로 30년 넘게 베스트 셀러로 군림해 온 것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중반 이후의 너무 드라이 해지는 부분에서 살짝 감점을 주고 싶습니다만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문제로 이런 드라이함을 좋아하는 애연가들도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헤밍웨이 시리즈는 여러 사이즈로 발매를 하고 싶은데 모든 비톨라가 아주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지만 굳이 추천을 하자면 이번 리뷰의 Signature 보다는 Work of Art, Short Story, Untold Story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Work of Art의 경우 그 이름대로 시가 제조의 예술적인 경지를 보여주는 Shape를 하고 있으니 기회가 있으면 꼭 트라이 해보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멋진 시가를 세상에 내놓으신 고 Carlos Fuente Sr.씨의 명복을 빌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Rest in peace.


종합평가: S- Gr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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